태평천하
최근 수정 시각: (5년 전)
"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들이 있너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넌 다 지내 가고오… 자 부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 십만 명 동병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지가 떵떵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 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담 말이여, 으응?"[번역1]
"…착착 깎어 죽일 놈!… 그 놈을 내가 핀지 히여서 백 년 지녁[2]을 살리라고 헐 껄! 백 년 지녁을 살리라고 헐 테여… 오냐 그 놈을 삼천 석 꺼리는 직분히여 줄려구 히였더니, 오―냐, 그 놈 삼천 석 꺼리를 톡톡 팔어서 경찰서으다가, 사회주의 허는 놈 잡어 가두는 경찰서다가 주어 버릴 껄! 으응, 죽일 놈!"[번역2]
마지막의 으응 죽일 놈 소리는 차라리 울음 소리에 가깝습니다.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천하에…”
쿵쿵 발을 구르면서 마루로 나가고, 꿇어앉았던 윤주사와 종수도 따라 일어섭니다.
"…그놈이, 만석꾼의 집 자식이, 세상 망쳐 놀 사회주의 부랑당패에, 참섭을 히여? 으응, 죽일 놈! 죽일 놈!"
연해 부르짖는 죽일 놈 소리가 차차로 사랑께로 멀리 사라집니다. 그러나 몹시 사나운 그 포효가 뒤에 처져 있는 가권들의 귀에 어쩐지 암담한 여운이 스며들어, 가득히 어둔 얼굴들을 면면상고, 말할 바를 잊고 몸둘 곳을 둘러보게 합니다. 마치 장수의 죽음을 만난 군졸들처럼…….- 마지막 장 '망진자(亡秦者)는 호야(胡也)니라'[4] 중 윤 직원의 대사
1. 줄거리 [편집]
소설의 시작은 구두쇠 윤 직원[7]이 억지를 부리며 인력거 삯을 깎고, 버스비를 안 내려 하는 에피소드에서 시작한다.
윤 직원의 아버지 윤용규는 도박꾼으로 하루하루 돈이나 잃는 사람이었지만,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돈으로 지주와 고리대로 돈을 긁어모은 사람이다. 그런 아버지가 관리들의 토색질로 괴롭힘당하고 화적떼의 손에 목숨을 잃은 것을 봐왔던 윤 직원은, "이놈의 세상 언제 망하느냐?! 우리만 빼고 어서 망해라!"라고 외치면서 아버지보다 더 지독하게 돈을 긁어모아 갑부가 되어 경성부에서 떵떵거리고 산다.
일제강점기에 사는 윤 직원은 "토색질도 없고 화적질도 없는 이 세상이야말로 태평천하"라고 외치면서, 중일전쟁에 대해서도 "이 훌륭한 일본의 통치를 거부하다니 역시 중국놈들은 무지몽매한 놈들" 하는 반응을 보인다.[8]기부나 자선에는 인색해하면서 경찰서 무도관[9]을 짓는데는 돈을 아낌없이 베푼다.
한편으로 윤 직원은 자신의 부족한 명예를 채우기 위해 애를 쓰는데, 자신은 향교에서 돈으로 직원 자리를 사고 족보를 조작한다. 또 두 손자를 각각 군수, 경찰서장 감으로 보고 손자들의 출세를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퍼붓는다.[10]
그러나 윤 직원 가문은 말 그대로 콩가루 집안. 당장 윤 직원 자신도 첩 사이에 자기 증손자랑 동갑인 늦둥이가 있고[11] 그것도 모자라 소작인의 딸인 증손자 또래의 소녀를 새 첩으로 들인 상태. 아들 윤 주사는 술과 마작에 빠져 하루하루 돈을 시궁창에 갖다 박고 앉아있다. 큰 손자 윤종수는 하라는 군수는 안 하고 부전자전으로 항락에 빠져 살고 심지어는 아버지의 첩 옥화와 불륜을 저지를 뻔 하기까지 한다. 며느리와 손자며느리도 남편이 밖으로 나돌아다녀 하루하루 불만만 쌓이고, 증손자 윤경손도 땡땡이는 일상이요 증조부의 소녀 첩에게 수작질이며, 양반가로 시집을 보낸 딸은 남편이 죽고 소박맞아 한 집에 산다.
그래도 윤 직원은 가부장적인 태도로 집안을 이끌며, 일본으로 유학 간 작은 손자 윤종학이 경찰서장이 되는 날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어느날, 윤종학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그 이유가 윤종학이 사회주의 운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까지 알자 "이 태평천하에 그게 무슨 짓거리냐"면서 멘붕에 가까운 충격을 받는다.[12]
작중 타임라인은 1937년 9월 말에서 10월 초(양력 기준)의 어느 날부터 그 다음날 오후까지 약 24시간에서 30시간 사이이다.
윤 직원의 아버지 윤용규는 도박꾼으로 하루하루 돈이나 잃는 사람이었지만,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돈으로 지주와 고리대로 돈을 긁어모은 사람이다. 그런 아버지가 관리들의 토색질로 괴롭힘당하고 화적떼의 손에 목숨을 잃은 것을 봐왔던 윤 직원은, "이놈의 세상 언제 망하느냐?! 우리만 빼고 어서 망해라!"라고 외치면서 아버지보다 더 지독하게 돈을 긁어모아 갑부가 되어 경성부에서 떵떵거리고 산다.
일제강점기에 사는 윤 직원은 "토색질도 없고 화적질도 없는 이 세상이야말로 태평천하"라고 외치면서, 중일전쟁에 대해서도 "이 훌륭한 일본의 통치를 거부하다니 역시 중국놈들은 무지몽매한 놈들" 하는 반응을 보인다.[8]기부나 자선에는 인색해하면서 경찰서 무도관[9]을 짓는데는 돈을 아낌없이 베푼다.
한편으로 윤 직원은 자신의 부족한 명예를 채우기 위해 애를 쓰는데, 자신은 향교에서 돈으로 직원 자리를 사고 족보를 조작한다. 또 두 손자를 각각 군수, 경찰서장 감으로 보고 손자들의 출세를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퍼붓는다.[10]
그러나 윤 직원 가문은 말 그대로 콩가루 집안. 당장 윤 직원 자신도 첩 사이에 자기 증손자랑 동갑인 늦둥이가 있고[11] 그것도 모자라 소작인의 딸인 증손자 또래의 소녀를 새 첩으로 들인 상태. 아들 윤 주사는 술과 마작에 빠져 하루하루 돈을 시궁창에 갖다 박고 앉아있다. 큰 손자 윤종수는 하라는 군수는 안 하고 부전자전으로 항락에 빠져 살고 심지어는 아버지의 첩 옥화와 불륜을 저지를 뻔 하기까지 한다. 며느리와 손자며느리도 남편이 밖으로 나돌아다녀 하루하루 불만만 쌓이고, 증손자 윤경손도 땡땡이는 일상이요 증조부의 소녀 첩에게 수작질이며, 양반가로 시집을 보낸 딸은 남편이 죽고 소박맞아 한 집에 산다.
그래도 윤 직원은 가부장적인 태도로 집안을 이끌며, 일본으로 유학 간 작은 손자 윤종학이 경찰서장이 되는 날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어느날, 윤종학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그 이유가 윤종학이 사회주의 운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까지 알자 "이 태평천하에 그게 무슨 짓거리냐"면서 멘붕에 가까운 충격을 받는다.[12]
작중 타임라인은 1937년 9월 말에서 10월 초(양력 기준)의 어느 날부터 그 다음날 오후까지 약 24시간에서 30시간 사이이다.
2. 설명 [편집]
아마도 중고등학생들이 "반어적 표현"을 잘 사용한 소설을 배울 때 이 소설로 스타트를 끊었을 것이다. 작가인 채만식은 비슷한 주제에 비슷한 형식의 소설인 〈치숙〉을 쓴 바 있다. 이 소설의 주제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개인의 안위를 위해 국가와 민족을 살펴보지 않는 일제 당시의 친일파들을 비판하는 것'이 되겠다.
애당초 위에도 나와 있듯이 윤 직원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우리만 빼고 어서 망해라!"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윤 직원에게 일제는 자신의 권력과 안위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나 다름 없으며, 그런 일제에 저항하려는 당시 지식인들이 파던 사회주의[13][14]에 동참한 자신의 둘째 손자는 그야말로 역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소설의 마무리에 "태평천하"라면서 울부짖는 윤 직원의 모습이 이 소설의 주제를 잘 부각했다고 한다. 소설의 제목인 '태평천하'부터가 이러한 반어적 표현. 다만 비판하는 건 좋았는데 그 다음에 채만식이 어쩔 수 없긴 했지만 친일 행위를 하게 되면서 "당신이 할 말이 아냐" 하면서 비판하는 움직임도 많았다. 채만식은 광복이 된 다음에 스스로 사죄하기는 했지만.
비단 왜정 때가 아니라, 자신의 안위만 확보되면 그 시대를 '태평천하'로 판정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요즘도 위 대사에서 명사 몇 개만 바꾸면 딱 들어 맞는다.
애당초 위에도 나와 있듯이 윤 직원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우리만 빼고 어서 망해라!"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윤 직원에게 일제는 자신의 권력과 안위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나 다름 없으며, 그런 일제에 저항하려는 당시 지식인들이 파던 사회주의[13][14]에 동참한 자신의 둘째 손자는 그야말로 역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소설의 마무리에 "태평천하"라면서 울부짖는 윤 직원의 모습이 이 소설의 주제를 잘 부각했다고 한다. 소설의 제목인 '태평천하'부터가 이러한 반어적 표현. 다만 비판하는 건 좋았는데 그 다음에 채만식이 어쩔 수 없긴 했지만 친일 행위를 하게 되면서 "당신이 할 말이 아냐" 하면서 비판하는 움직임도 많았다. 채만식은 광복이 된 다음에 스스로 사죄하기는 했지만.
비단 왜정 때가 아니라, 자신의 안위만 확보되면 그 시대를 '태평천하'로 판정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요즘도 위 대사에서 명사 몇 개만 바꾸면 딱 들어 맞는다.
[번역1] 화적패가 있더냐? 불한당같은 수령들이 있더냐? 재산이 있어봤자 도둑놈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같던 말세는 다 지나가고… 자 봐라, 거리마다 순사요, 고을마다 공명한 정사,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냐. 남은 수십만 장병으로 우리 조선 백성들을 보호해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냐? 응? 제 것 지니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태평한 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고 하는 것이야, 태평천하! 그런데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지에 유학까지 갔으면 떵떵거리고 편안하게 살 것이지, 어째서 지가 세상을 망쳐놓을 불한당패에 참여를 한단 말이냐, 으응?[2] 무식한 데다 사투리가 섞이니 징역을 이렇게 발음한다.[번역2] 쫙쫙 찢어 죽일 놈! 내가 편지를 보내서 그놈을 백년 징역을 살게 할거야! 백년 징역을 살게 하라고 할 거야… 오냐. 그놈에게 삼천 석 짜리 유산은 따로 떼어다 남겨주려고 했더니, 오―냐, 그 놈 몫의 삼천 석 짜리를 다 팔아서 경찰서에다가, 사회주의 하는 놈 잡아 가두는 경찰서에다 줘버릴거야! 으응, 죽일 놈![4] "진나라를 망하게 할 자는 호(胡)이니라."라는 뜻이다. 진시황은 저 '호'가 '오랑캐'인 줄 알고(오랑캐라는 뜻도 있다.) 만리장성을 쌓고 흉노족을 토벌했지만 그 호는 오랑캐가 아니라 자기 아들 호해(胡亥)였다는 말이다. 실제로도 진나라는 진시황이 죽고 호해가 집권하자 망국의 치세에 접어든다. 본 소설에 나오는 윤 직원 집안의 상황을 한 줄로 요약해 주는 글귀.[5] 1938년 <조광>지에 연재, 중편소설로 보기도 한다.[6] 원래는 전문을 볼 수 있었으나 저작권 문제로 인하여 일부분만 싣는것으로 바뀌었다.[7] 直員: 향교의 직위 중 하나이다. 본명은 윤두섭. 어릴 때는 얼굴이 두꺼비 같다고 해서 윤두꺼비라고 불렸다. 후술할 아버지 윤용규는 얼굴이 말상이라 생전 말대가리라고 불렸다.[8] 작품에 보면 중국이 사회주의로 물들려고 하는 상황이라 일본이 중국 내 사회주의를 없애기 위해 중국으로 출정했다는 윤직원의 시선이 나오는데 정작 이 당시 중국은 장제스가 사회주의자들은 보이는 족족 탄압하던 시기였다.윤직원의 왜곡된 시선을 볼수있는 또다른요소[9] 이것도 한자가 武道館으로 무술(특히 유도)를 훈련하는 곳을 말한다. 일본어로 쓰면 부도칸.[10] 오늘날에서 보면 경찰서장은 몰라도 군수는 뭐냐 싶겠지만 그래도 당시는 일제강점기라 조선인들의 출세가 쉽지 않은 시기였으니 군수 정도만 해도 탑티어급 출세였다. 사실 지금도 군수자리 우습게 볼 게 아니다. 국회의원 코스 중 하나가 지자체장이니까. 그리고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까지 군수를 포함한 모든 지자체장이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이었는데, 경찰서장에도 보통 4급 총경(경무관으로 보하는 경우도 있음.)을, 관선직 군수도 보통 4급을 보했으니 경찰서장과 군수는 동급 공무원이었다.[11] 이 늦둥이 태식도 나이는 15살이나 먹었는데 발육상태가 좋지 않아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데다 어리버리해서, 윤 직원의 증손자(자기랑 동갑이지만 손자뻘)에게 맨날 괴롭힘당한다. 작중에서 증손자가 태식을 놀리다가 울리고는 "어유 우리 할어버지"하면서 달래는 장면까지 있다(…)[12] TV 소설 판에서는 아예 "우리 집 망했다"고 통곡까지 한다.[13] 이는 절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 게 아니며, 오히려 작중에서 유일하게 둘째 손자만이 참된 인물이라는 걸 부각시키는 장치다.[14] 전후 레드 콤플렉스가 팽배하던 시절에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는 '빨갱이들이나 파는 위험한 사상' 취급을 받았었지만, 그보다도 더 전인 이때 당시엔 "제국주의를 내세워 인민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일제를 타도하자"는 사회주의는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에게 그야말로 완벽한 이상향이고 한 줄기 빛이나 다름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반공주의자가 다 친일반민족행위자는 아니고, 자유주의,보수주의,민족주의 등 우파 계열 독립운동가들도 많았다. 당대 분위기를 감안한다해도 공산당 싫어한다고 친일이면 김구,이승만,장개석도 친일파다 그들은 사회주의자들을 '자랑스러운 한민족을 부정하고 허황된 이상만 쫓는 괘씸한 놈들'로 보고 반공 노선을 걸었다. 다만 다같이 일제에 맞서 싸우는 입장이니 때로는 단결하기도 했는데, 그 대표적인게 신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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